상품평
글.사진 : 루릭 ( http://blog.naver.com/luric , @LuricKR ) *감상 환경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라우드 스피커 중심의 하이엔드 오디오 쪽으로는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음악 감상을 이어폰부터 시작했고 이어폰, 헤드폰 간의 소리 차이를 비교하며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10여년 전에 불과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저는 머리 주변과 귀를 중심으로 소리를 인지하며,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에서 중시되는 ‘소리의 공간 형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경험이 필요한 상태지요. 이처럼 오디오 경험이 부족하고 이어폰, 헤드폰 중심으로만 소리를 분석해온 제 입장으로는 수많은 오디오 기업들이 헤드폰 관련 제품을 쏟아내는 요즘 상황이 반갑습니다. 헤드폰 앰프는 역할이 매우 단순한 기기입니다만, 프라임 헤드폰 앰프는 3가지 기능이 하나로 결합된 올인원 박스 타입이기에 약간의 기능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일단 이 제품은 2개의 아날로그 입력(RCA, 3.5mm)을 통해 다른 소스 기기에 연결해서 헤드폰 앰프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품 속에 192 kHz / 24 bit를 지원하는 DAC가 포함되어 있으니 USB(미니 B 타입) 연결을 통해 PC-Fi 기기로 사용해도 됩니다. 실제로 이 역할을 가장 많이 수행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1개의 아날로그 출력(RCA)을 통해 프리 앰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이어폰, 헤드폰 커넥터의 출력 임피던스가 다르다 6.3mm 커넥터 2개는 대형 헤드폰을 위한 것으로 매우 낮은 출력 임피던스(3mΩ)를 갖고 있답니다. 일부는 아시겠지만 메리디안은 익스플로러라는 미니 DAC에서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사용했으나 유저들의 반대로 인해 다시 낮춰서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헤드폰단의 출력 임피던스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만, 제 개인적 의견은 높든 낮든 상관없다는 쪽입니다. 출력 임피던스가 낮다면 그만큼 왜곡이 적은 소리가 되겠으나 그만큼 잔향감이 줄어들고 다소 냉정한 소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 개발하시는 분들은 너무 낮은 출력 임피던스가 헤드폰과 앰프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메리디안의 입장에 따라 조절된 항목이므로 잘 체크만 해두시면 되겠습니다. 3.5mm 커넥터 1개는 이어폰을 위한 것으로 조금 높은 출력 임피던스(2Ω)를 갖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한번 감지해볼 요량으로 저는 Etymotic Research ER-4S를 6.3mm 커넥터와 3.5mm 커넥터에 번갈아 연결하며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ER-4S는 임피던스 그래프의 굴곡이 좀 있으니 출력 임피던스 차이에 의한 음색 차이도 나오겠지요. 실제로 제가 항상 듣던 ER-4S의 음색에 가까운 쪽은 3.5mm 커넥터였습니다. 변환잭을 사용해 6.3mm 커넥터에 꽂으면 고음의 잔향이 줄어들면서 보다 냉정한 음색이 되더군요. 즉, 메리디안 프라임에서 이어폰을 사용하시겠다면 3.5mm 커넥터를 권하겠습니다. # 아날로그 방식의 공간 확대 기능 ASP라는 것은 Analogue Spacial Processing 을 뜻합니다. 이건 메리디안에서 지정한 단어이고, 보통은 크로스 피드(Crossfeed) 정도로 알고 있는 개념입니다. 메리디안의 설명에 의하면 좌우 채널의 재생 타이밍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조절해서 헤드폰으로도 마치 라우드 스피커를 감상하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o, i, ii 로 단계가 나뉘는데 o는 바이 패스이고 i, ii 는 소리의 넓이를 확장시켜줍니다. 이것은 직접 들어보시면 확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분명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또한 공간감이 증폭된 상황에서도 소리의 왜곡감이 거의 없으니 제법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고.저음의 증폭 없이 말그대로 공간만 확장시켜주는 옵션에 가깝습니다. INPUTS OUTPUTS USB INPUT ANALOGUE SPACIAL PROCESSING CONTROLS INDICATORS POWER CONSTRUCTION DIMENSIONS WEIGHT # 차분하고 스타일리쉬한 고.중음역의 착색감 제품을 빌려올 때 메리디안의 소리 특성에 대한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이 메이커는 대체로 ‘달달한 소리’를 낸다는 겁니다. 이게 뭔 소린가 했지만 프라임의 소리를 계속 들어보니 슬슬 체감이 되기 시작합니다. 제가 계속 사용하고 있는 매트릭스 미니-i DAC와 그람슬리 솔로, 아날로그 디자인 스베트라나를 비롯해 얼마 전 후기를 작성했던 코드의 코뎃 TX와 비교해봐도 메리디안 프라임의 고음역에는 뭔가 색깔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달콤하다는 묘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색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음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영역의 고음에 미량의 착색을 넣은 듯 합니다. 낮은 고음역은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중음역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살짝 어둡고 갈색톤으로 바꾸는 튜닝이 있습니다. 갈색톤의 착색이라면 헤드폰 메이커인 오디오 테크니카를 바로 떠올립니다만 오디오 테크니카의 착색은 화려한 반면 메리디자인의 착색은 단정하고 차분합니다. 또한 착색의 영역이 낮은 고음역 또는 중음역에 가까워서 클래식 악곡의 경우는 바이올린, 비올라의 음색에 큰 영향을 주며 여성 보컬은 물론 관악기, 심벌즈의 소리에도 색을 입히는 면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착색감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귀를 중독시킨다는 겁니다. 처음 들었을 때 확 몰입시키는 면모는 없지만 감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음악을 편안하게 만들고 조금 더 스타일리쉬하게 다듬어줍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답게 고급스러운 인상을 잔잔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인가요. 샤프하면서도 무척 단단한 느낌을 냈던 코드와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라임에 적용된 메리디안 특유의 착색은 헤드폰의 매칭에서도 분명한 포인트를 만듭니다. 제가 사용하는 헤드폰 중 소스 기기의 분석에 투입되는 제품은 대부분 중립적 음색과 밸런스를 추구하는 편입니다. 프라임의 소리를 그냥 그대로 전달받는 것이지요. 그러나 얼마전 빌려온 JVC의 하이엔드 헤드폰 HA-DX2000은 헤드폰 자체에 감성 튜닝(왜곡)이 있어서 프라임과 연결하면 대단히 어색한 고.중음역을 들려줬습니다. 반면 맑고 밋밋한 음색의 그람슬리 솔로에 연결했을 때는 DX2000 헤드폰 본연의 감성적 사운드가 풍부하게 드러나더군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조금이라도 착색감이 있는 소스 기기에 감성 튜닝 중심의 헤드폰을 연결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 고성능보다 조화로움을 추구한 소리 프라임의 DAC 성능, 즉, 해상도를 본다면 인상적일 정도로 높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고.중음역의 착색은 동시에 고.중음역의 현란함을 감소시키는 면이 있고, 소리가 대체로 귀에 피로를 주지 않도록 위아래를 다듬어놓은 듯 합니다. 그 대신 DAC와 헤드폰 앰프 파트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메리디안의 개성을 지닌 DAC와 함께 알맞은 출력을 지닌 헤드폰 앰프가 잘 어울립니다. 헤드폰 커넥터의 출력 임피던스는 낮췄을지라도 귀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하모닉스의 존재가 잘 드러나며, 저음은 깊게 내려가면서도 그 울림의 끝이 부드럽습니다. 이로 인해 음악 장르 중에서도 강력한 저음 파워보다는 각 악기의 조화를 중시하며 고.중음역의 비중이 더 높은 곡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듣는 이를 압도하지 않고 조용히, 차분하게 안정시켜주는 소리라고 생각됩니다. # 극히 정숙한, 노이즈 없는 감상 환경 조용하다… 이것이 프라임을 사용하면서 일관적으로 느꼈던 부분인데요. 접지가 되지 않은 전원 환경에서도 프라임의 헤드폰 출력단은 노이즈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매우 낮은 임피던스와 고능률을 자랑하는 몇 가지 이어폰을 사용해봐도 험 노이즈나 화이트 노이즈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겁니다. 이것은 풀 사이즈 헤드폰에서도 동일합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볼륨의 정밀도가 마음에 듭니다. 묵직하고도 부드럽게 회전하며 돌리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지도 않습니다.(이건 장기간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DAC, 헤드폰 앰프 등의 소스 기기에 있어서 이어리시버는 "환경"과도 같습니다. 환경 변화에 따라 소스 기기의 소리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는 보유한 헤드폰 중 비교적 레퍼런스에 가까운 제품 5종을 선별하여 해당 소스 기기로 청음해본 후 각각 한 문단씩 감상평을 작성하겠습니다. 글 내용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얼마나 맞는지 짐작해보시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품의 장단점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테스트는 ASP를 바이 패스로 맞추고 진행했습니다. German Maestro GMP 8.35D EMMA GMP 8.35D는 헤드폰 자체가 전반적으로 잔향이 많은 소리를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듣기에 편하고 클래식 악곡을 들을 때에도 감성적 뉘앙스에 젖게 되는 것이지요. 메리디안 프라임과 연결된 GMP 8.35D의 소리는 잔향으로 시작되어 잔향으로 끝나는 잔향감 올인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고음역 부분이 살짝 밝아지며 중저음은 선이 가늘고 부드럽게 다듬어졌습니다. 저음의 힘을 강조하지 않고 고음을 자극적으로 부각시키지도 않는 소스 기기가 연결되니 SRH1840은 고.중음역 재생에 충실한 본래의 면모를 찾았습니다. 단, 확연한 변화가 하나 보인다면 고음의 끝이 둥글게 변했다는 겁니다. SRH1840은 자극적이지는 않으나 고음의 끝이 예리한 편입니다만 프라임의 소리는 그것을 부드럽게 다듬어줍니다. 또한 고.중.저음 모두 선이 약간 가늘어졌고 잔향도 미세하게 많아졌군요. 이 느낌을 모두 종합해보면 ‘편안함’과 ‘부드러움’으로 귀결됩니다. 메리디안에서 프라임 파워 서플라이를 마련해놓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볼륨을 높이면 당연히 큰 소리가 납니다만 K701에서 중저음의 풍성함을 맛보겠다면 아무래도 외장형 파워 서플라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볼륨 노브 10~11시 방향에서 충분한 볼륨이 나오지만 K701의 중저음 밀도가 낮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잔향이 증가하고 선이 가늘어지며 부드러운 소리가 되는 것은 SRH1840과 동일한 결과입니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프라임이 지닌 음색의 달콤한 맛이 K701에서 더욱 부각된다는 겁니다. 프라임 파워 서플라이로 전원부가 보강된 상태에서 이것을 접한다면 제법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프라임과 연결된 HD558은 저음이 증폭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극히 낮은 출력 임피던스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으나 HD558의 ‘밸런스형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입니다. 그러나 다른 헤드폰들에 비해 소리의 인상이 흐릿하군요.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소리의 응답 속도가 많이 느려져서 뭔가 갑갑합니다. 매우 선명한 현대적 사운드를 지향하는 젠하이저 HD800은 예외로 두되, 최소한 HD558은 메리디안 프라임과 매칭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드러움도 지나치면 물렁해지기 마련입니다. 고.중음역의 착색감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해상도를 높이지 않고 귀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자가 더해놓은 튜닝이 고스란히 보이는 느낌입니다. 현악기와 여성 보컬의 색이 훨씬 달콤하게 바뀌었으며 중.저음역의 밸런스도 쿵쿵거리는 힘을 피해서 매끈하고 편안하게 맞춰졌습니다. 소리의 선이 보다 가늘고 울림 또한 그 끝이 부드럽군요. 역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특유의 음색이 제품의 개성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윈도우 10 을 제외한 ( xp, 7, 8 등 ) 드라이버 설치 필수 입니다. "Meridian Prime HA+PS"
영국의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은 2014년을 전후하여 헤드폰 앰프와 휴대용 DAC 등 개인용 오디오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메리디안 Prime 헤드폰 앰프는 바로 그 당시 출시된 플래그십 거치형 헤드폰 앰프이다.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메리디안은 그리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르지 않다. 그래서 Prime 헤드폰 앰프 역시 상당히 오랜 기간 모델 체인지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Prime HA는 메리디안의 다른 거치형 오디오 기기들의 디자인적 특징을 그대로 헤드폰 앰프로 옮겨 왔다. 미니멀한 알루미늄 하우징과 전면의 검은색 면 처리가 영락없는 리틀 메리디안이다. 그래서 메리디안을 잘 아는 애호가라면 Prime HA를 처음 보더라도 한눈에 메리디안이 연상되는 디자인에서 익숙함마저 느낄 것이다.
한편 Prime HA의 기본 전원 어댑터의 품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므로, 최상의 음질을 위해서는 전용 외장 파워 서플라이인 Prime PS가 필요할 것이다. Prime PS 연결 시 음질적으로 노이즈와 왜율을 더욱 낮출 수 있다. 또한 Prime PS 위에 Prime HA를 올려놓으면 일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테이블 위를 빛내는 훌륭한 소품이 된다.
Prime PS는 메리디안 레퍼런스 800 시리즈의 파워 서플라이 설계 노하우를 소형화시켜 담아내었다. 리니어 전원 공급 회로를 기반으로 순간적으로 대전류를 깨끗하고 막힘없이 밀어낼 수 있다. 또한 Prime PS는 Prime HA 헤드폰 앰프뿐 아니라 오디오코어 200 / 뮤직코어 200 등 다른 메리디안 기기들에도 동시에 전원 공급이 가능하도록 직류전원 병렬 출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Prime HA는 아날로그 입력 및 USB 입력을 갖추었다. Prime HA 출시 당시만 해도 USB DAC 탑재는 큰 이슈였지만, 요즘은 S/PDIF 입력과 같은 여러 디지털 입력단 중 하나 정도로 인식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케이블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음에도 요즘은 드문 미니 USB 단자를 사용하다 보니, 2018년 시점에서는 맞는 케이블을 구하기가 은근히 까다롭게 느껴진다. 이런 부분에서 새삼스레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느낀다.
전면에는 6.3mm 헤드폰 출력 단자 2개와 3.5mm 이어폰 출력 단자 1개, 그리고 입력 셀렉터 및 ASP 2단계 셀렉터가 위치한다. ASP는 "아날로그 공간 프로세싱"의 약자로. 다른 헤드폰 앰프들에서 흔히 말하는 크로스피드 기능이다. 즉 ASP 기능은 좌우 소리를 적절한 시간차와 세기로 섞어주어 헤드폰 청취시의 부자연스러움을 해소해 준다.
Prime HA에는 메리디안이 자랑하는 아포다이징 필터가 적용되어 있다. 디지털 필터 처리 시 실제 자연의 소리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전울림을 억제함으로써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한다. 이 아포다이징 필터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 현재의 메리디안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Prime HA의 사운드는 기존의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 특유의 자연스럽고 중립적인 사운드를 그대로 헤드폰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앰프에 의한 왜곡을 극도로 억제하면서 묵묵히 사운드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메리디안 스피커 시스템의 소리를 그대로 헤드폰으로 즐기고 싶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지이다.
테크니컬 라이터 여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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