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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살림] 9. 워크맨?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24-04-27 14:53:25
추천수 3
조회수   391

제목

[오디오 살림] 9. 워크맨?

글쓴이

김일영 [가입일자 : 2003-09-26]
내용

 

딱딱한 가지를 뚫고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봄입니다. 

봄에는 온화한 햇살에 따갑고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부드럽고 상쾌한 기운에 봄을 만끽하고싶지만 홀로 아무런 목적없이 걷기 싫고 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그게 쉽지않습니다. 

 

안녕하세요. 

파주회원입니다.

 

 

 


 

만물이 소생하지만 저의 기분은 축 늘어져 우울해집니다.

요즘은 프로젝터로 영상을 보아서 암막커튼으로 창을 막아놓았습니다. 

더욱 더 기분이 칙칙해지는데요.

어두운 공간에 숨어 TV나 영화를 보다가 정지시켜놓고 와싸다 장터를 습관적으로 접속해 샅샅이 훑터보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와싸다 장터를 모니터링하며 (혼자 있다보니) 요즘은 혼잣말하듯 외칩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이대로 휴일을 보낼 수 없어 그래도 집 앞에 있는 운정 호수공원에 나가보려고 해요.

스마트폰에 이어폰 연결해도 되지만 이 글을 쓰기위해 특별히 워크맨을 준비했습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에는 사람들이 이러고 다녔는데요.

그때가 떠올라 기쁜 마음에 분주히 나갈 준비를 합니다. 

워크맨은 소니 F707, 소너스파베르의 프리마 헤드폰, 가요 녹음 테이프와 파헬벨의 캐논 카라얀 지휘 버전 테이프를 준비했습니다. 

 

릴덱으로 음악듣는 모습은 영화 '펄프픽션'에서 보았습니다. 

턴테이블에서 LP가 돌 듯이 테이프 릴이 촤르륵 돌아가며 공간을 채워가는 소리. 

그 릴덱이 작아진 게 카세트 플레이어일 거예요.

째깍 째깍 규칙적으로 뭔가가 돌아가는 모습은 정겹기도 하고 멍 때리며 보기도 좋습니다.

요즘은 뚜껑이 투명해 테이프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워크맨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욕심이 끝이없습니다. 

저는 그나마 저렴한 기기를 다루니 저렴하기라도 하죠. 

그런데 저렴이들과 씨름하는 게 그게 더 재미있습니다. 

비싼 기기들은 왠만한 문제들이 해결되어 나오기에 구입하고 설치하고 그냥 들으면 끝이어서 밋밋해요.

(이제는 만사 귀찮아져서 밋밋한 게 더욱 좋기도 하기도 합니다.)

 

 



 

운정 호수공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샛길로 들어오는 입구인데 좁고 풀이 높아서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같아 보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이요.

 

 



 

역시 잘 정돈된 공원을 걷는 맛이 있습니다.

다소 덥기까지 하는데요.

카메라에 헤드폰에... 몸이 더욱 가벼우면 마음도 가볍겠다, 합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가요 녹음 테잎을 넣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워크맨... 하면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테이프가 제대로 된 게 드물고 카셋트 플레이어가 제대로 된 게 드뭅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가볍게 접근하려해도 과거 시절 조망받았던 기기들은 요즘에도 다소 비쌉니다. 

기기 중고 구매는 언제나 진리이듯 동호회에서 기기 소장하는 분들에게 구입해야합니다. 

그게 쉽지않죠.

하지만 동호회 장터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그런 제품들이 꼭 나옵니다. 

 

저의 워크맨 이력을 보면 학창시절에는 그리 풍족하지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서 구입한 롯데 핑키 워크맨...

그 워크맨 도서관에서 누가 훔쳐가고 당시 알던 지인이 준 나사가 몇 개 없는 워크맨이 다였어요.

 

작년 즈음 아날로그에 빠져 워크맨을 구입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네이버 카셋트 동호회에서 제품을 노렸습니다. 

결국 소니의 F707 워크맨을 구입했습니다.

이 제품에 대해 아는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워크맨을 수집하던 분이 이 특별한 워크맨을 판매한다고 하셨고 특별하다는 말 한 마디에 이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제품을 수령해보니 벨트가 다소 늘어져있어 전문적으로 수리하시는 분에게 맡겼습니다.

수리 사진을 보았는데 이 얇은 두께에 기판들이 겹겹이 겹쳐있습니다. 

녹음 기능도 잘 되고 라디오에 오토리버스 재생이 되요.

음질도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란 부분은, 사용해보면서 놀란 부분은 버튼의 감촉이예요.

눌리는 두께감이 있지않고 살짝 건드리면 작동되는데요. 

눌리는 손의 감촉 그 끝에 살짝 탄력이 있고 카메라 셔터 음과 같이 찰카닥 찰카닥 경쾌한 소리를 자아냅니다. 

 

요즘 세대에 워크맨을 활용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테이프도 대부분 늘어져있고 그런 늘어진 소리를 들어야하기에 그럴거예요.

공테이프도 멀쩡한 건 드뭅니다. 

어느 정도 늘어진 소리를 감안하셔야해요.

그런데 공 테이프가 있다면... 그 공테이프에 요즘 나오는 음악을 채워넣을 수 있다면 휴대용 카셋트 플레이어를 쓸 수 있겠죠?

휴대용 카셋트 플레이어를 운용하고 싶으시다면 거치형 카셋트 플레이어도 필히 옵션으로 붙여야합니다. 

거치형 카세트 기기에서 크롬이나 메탈 테이프로 설정하고 요즘 음악을 녹음한다면 휴대용 카셋트 기기가 부활합니다. 

PC에서 듣고 싶은 요즘 음악 재생하고 거치형 카셋트로 녹음하고...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 테이프를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거예요.

많이 번거롭지만, 스마트폰 재생 아이콘 터치하면 바로 들을 수 있지만 테이프 특유의 감성과 음질을 무시 못합니다.

아날로그를 하시고 싶으시다면 턴테이블도 운용하셔야겠지만 카셋트로도 꼭 경험해보세요.

카셋트가 음악을 30년 정도 지배해왔었죠.

카셋트의 세계에는 30년의 세월이 농축된 깊이가 담겨있습니다. 

 

혹시나 저작권때문에 문제가 되지않을성 싶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녹음해 듣고 친구에게 선물하는 정도는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크맨 하니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여서 학창시절 생활은 굴곡이 많이 져있습니다.

풍족할 때는 너무 풍족했고 부족할 때는 너무 부족했어요.

저의 음악 감상 기기는 금성에서 나온 붐박스였어요.

메탈음악을 왜 듣나 했다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메탈 음악 틀어놓고 볼륨을 집이 떠나가라 높여 들으니 마음이 시원해지더라구요.

이래서 음악을 듣는 구나, 했습니다. 

라디오에서 어느 사연에 잔잔히 동감이 가고 가지런한 클래식 음악에서 정갈함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음악은 현실의 어두움과 단절된 이상향을 보여주었습니다. 

팍팍한 삶을 살면서 음악은 내게 사치라고 여겨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이 더욱 성숙했네요.

이 기조가 지금도 남아있어 '오디오는 내게 사치'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무리하지않게 기기를 구입하고... 그래서 대부분 국산 저렴이들만 사용했네요.

무리할 때가 있기는 한데 제가 아주 짭니다. 

주변에서 모두들 이 제품을 구입할 때가 왔다, 라는 시점에 조금 무리해서 구입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예를 들어 스피커는 제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주어진다는 생각이 강해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동네에서 차도 없이 어떻게 스피커를 사고 팔겠어요.

스피커를 바꾸는 일은 대단히 큰 일입니다.

아남 '클래식3' 스피커를 18년 정도 사용했네요. 

그 바턴을 이어받아 비엔나 어쿠스틱의 '하이든' (오리지널 이라고 부릅니다. 호호) 스피커를 3년 정도 사용해왔네요.

지금은 이사 준비와 맞물려 B&W 시그니처 모델을 사용하게되었습니다.

 

 



 

가요 음악이 통키타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런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나름 심각한데 이런 노래를 들으니 신경질이 확 올랐습니다. 

애플뮤직에서 무작위로 가요를 녹음한 테이프이거든요.

파헬벨의 캐논으로 테이프를 교체했습니다. 

 

창작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예술 대학 쪽은 텃세도 심하고 수업을 같이 듣는 다른 학과생에게 적대감을 보이고는 합니다.

그 이유가 언급한 가요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예술하는 학생에게는 작품이 심각한데 주위에서는 가볍게 여기고는 하죠.

주변에서 가볍게 여기는 게 맞기는 한데 거기다 대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해버리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뭐가 되겠어요. 

이게 예술인과 일반인으로 나눠지는 지점입니다. 

저는 주변의 시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만, 균형감이 주변의 시선에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거기대 대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해버리는 건 그건 정말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창작을 하는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과의 기조가 무거워서... 재미있게 쓰고 주변에서도 재미있다고 했던 글이 있습니다. 

'해리포터'를 보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악당 교수님같은 강사분이 계셨는데 저에게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하시더라구요.

저에게 형님이 계셨는데 제가 아기일 때 돌아갔다고 어머님께서 그러셨습니다. 

그 일화를 리포트에 적어서 냈는데 '그럼 그 형에 대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떤 사람인지 왜 어머니에게 물어보지 않았냐'며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그때 대들었어야 하나요. 

그런 건 어머니에게 추궁하듯이 물어볼 수 없는 거고.

진정성 논란은 저의 창작을 어렵고 재미없고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춤을 잘 추는 황새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춤을 만들어나가니?'라고 묻자 그 황새는 걸음이 꼬이면서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했다'... 그런 비유가 맞을 거예요.

정독했던 시나리오 작법서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던 황새는 자신의 춤에 대해 곰곰히 고민했고 생각을 가다듬었고 이후에 더욱 멋진 춤을 출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랬으면 해피엔딩인데 저는 당장의 생활에 급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다보니 지금은 다소 새드엔딩입니다. 

'찰리 카우프만'이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존 말코비치되기'로 굉장히 독특하면서 놀라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고 말코비치 되기에 영화 속 영화인 '어덥테이션'으로 다시 한 번 놀라게 하고 정점으로 '이터널 선샤인'을 만들어냈습니다. 

감독이 아니라 작가의 영역에서 주목받았죠.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진정성'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찰리 카우프만은 10년 동안 침묵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감명깊게 보면서 '이 영화가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이 되어야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진정성 논란은 이렇듯 굉장히 무섭습니다.  

이번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드는 생각은 '진정성을 강요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스스로 알아야하는 부분이지 강요해서 되는 부분은 아니예요.

 

 









 

세월이 지났고 불혹과 지천명 나이가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창작의 문을 두드리지만 모두가 거절합니다. 

상도 받고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입봉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이번에 집과 관련해 대출을 받게되어 창작의 영역과는 더욱 멀어지게되었습니다. 

 

창작의 세계에서는 돈에 대해 많이 놓아둘 것을 강요하지만 그러면 미친놈이죠.

미친놈이 되어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돈과 관련되어 마음을 어느정도 놓아두라는 의미'로 재해석해야 겠습니다. 

 

 






 

파헬벨의'케논'이 마무리되는 무렵 공원 산책을 끝낸듯 합니다. 

소니 F707 워크맨은 고장이 잘 나기로 유명한 제품이라고 해요.

어느날 다시 재생했더니 기기가 작동을 안 하더라...

최대한 들을 수 있을 때 들어야겠죠.

기기를 살려 나가기위해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작동 중에 갑자기 전원이 나가버리면 부품이 탈 때가 있어요.

F707 워크맨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전지가 다 닳으면 기기 작동도 서서히 멈춥니다. 

기기에서 음떨림이 심해져서 걱정했는데 건전지를 바꾸니 다시 생생하게 돌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 또 어떨 때 기기가 고장날까요?

이어폰을 뽑을 때예요.

이어폰을 뽑을 때는 필히 볼륨을 0으로 놓아야합니다. 

그래야 숏트나지않고 기기를 평안히 잠재울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왔으니 '자화상' 한 장 찍어봅니다. 

몸이 올록볼록 엠보싱... 다이어트를 하면서 몸도 다듬어야겠습니다. 

퉁퉁한 사진 보니 저에게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 오디오 살림은 '신기한 오디오 악세사리'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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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혁 2024-04-27 22:14:58
답글

상당히 분위기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도 글도 너무 좋습니다.

김일영 2024-04-27 22:51:09

    조심스럽고 분위기 있게 다가가야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대상이 없습니다.
연애라는 것을 저도 해보기는 할까요? ㅜㅠ

칭찬이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조용범 2024-04-28 13:23:58
답글

나름 얼리 어답터 이신데 세상은 그렇지 않으니~~
그래도 작은것에 행복을 누릴수있음에 좋아 보입니다.~~~

김일영 2024-04-28 14:47:00

    얼리어덥터라고 한 적도 없고 나름이라고 한 적도 없어요.

김일영 2024-04-28 14:55:51

    예. 예. 작은 게 모여서 큰 행복인거죠.

송수종 2024-04-30 11:46:18
답글

좋은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그동안의 일영님 글만 봐온바, 실물이 엄청 훈남이십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생활이 부럽습니다.

예전에 저도 워크맨 줄기차게 들었지요. 전인권 실황엘피 테입에 복사해서 듣노라면 온 몸에 전율이,,,,,,,

소니는 안 써 봤는데, 아이와만 들었는데, 제 생각에 워크맨중에는 음질면에서 갑이 아니었나 생각하네요.

김일영 2024-04-30 18:44:13

    송 선생님.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볼살과 뱃살이 많이 올라서 피둥피둥한 중년 아저씨입니다.
결혼한 친구가 군대 다시 가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도 공감하지만 왜 그리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에는 출현하지않았지만 아이와 워크맨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소니보다 아이와가 더욱 잘 맞더라구요. 그래도 워크맨이라는 상징이 있어 소니를 등장시켰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자유로운 생활을 그래도 만끽해봐야겠다고 생각을 다잡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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