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링이 한글로 적힌 앰프 [오린이의 항해일지 12]
전자제품을 보면 버튼 밑에 무슨 기능인지 표기된 글자가 있습니다.
요즘은 국산 제품들도 영어로 거의 대부분 표기하는 편이네요.
국산 따로, 외국으로 수출품 따로 했던 건 이제 옛날인가봅니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네요.
안녕하세요.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제품에 레터링된 한글이 정겨운 파주회원입니다.
오디오 앰프에서 한글이 보인다면 어떨까요?

고음 - 저음 - 밸런스 -청감보상(?) - 초저역(?)
앰프에 이렇게 표기되어있습니다.
외국인이 이런 한글을 본다면 중국어나 일본어가 적힌 제품을 보는 우리의 마음과 같을까요.
우리라는 공통점 안에서 동글동글한 면모를 보여주는 한글이 정겨워 보입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인켈 AX-7030 앰프의 리뷰를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7030 앰프는 출시 당시 외국에서 상을 많이 받은 앰프로 알고있습니다.
인켈 홈페이지 역사관에서 영국 잡지사에서 올해의 앰프로 선정되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독일 오디오 잡지에서도 비슷한 상을 받았다고 알고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중국산 앰프보다도 이런 국산 빈티지 중에 멀쩡한 제품이 진정한 가성비이지 않을까 합니다.
택비와 리모콘 포함해 1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외관 준수하고 잡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국산 빈티지이고 언제 고장날지 몰라 이런 민트급 제품도 고장 제품과 엮어 찬밥 신세를 받네요.
아쉬운 건 소리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소리 선이 가늘고 열화되어 계속 음악 감상할 마음이 들지않습니다.
저음은 풀어지고 뭉쳐서 듣는 제가 소화불량에 걸린 듯 합니다.
이 글을 쓰며 제가 더 해볼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계속 틀어놓아봐야겠군요.
한 이틀에서 삼일 전기밥을 계속 먹어보아야겠습니다.

7030 뒤로 9030이 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7030 리뷰를 쓰며 덩달아 9030리뷰를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근에서 좋은 조건이어서 구입을 했습니다.
덩치가 7030보다 두 세 체급 위로 큽니다.

저의 빈티지 기기 놀이터예요.
거실 메인은 바꾸지않기로 확정이지만 취미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즐기려니 기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렴한 제품들 위주로 사고 팔고 사용해보며 호기심을 충족시키고는 합니다.
9030 앰프에 몇 몇 문제점들이 있어 이런 저런 조치를 해봅니다.
약속 미루고 밥도 안 먹고 12시간 정도가 순식간에 녹았습니다.
현재 문제는 소리에 잡음이 끼며 왼쪽 채널에서 소리가 간헐적으로 끊기는 것인데 계속 틀어놓고 새벽에 일어나 테스트해보니 켜두면 멀쩡하네요.

여기서는 인켈 AS센터에 대해 언급해봐야겠습니다.
인켈 AS센터에서는 70년대니…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제품도 서비스를 해줍니다.
물론 수명이 다해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제품은 불가하겠죠.
스위치가 부러지거나 볼륨에 잡음 소리가 새어서 도저히 듣지 못할 정도면 아쉽지만 그 제품은 폭탄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 경기도 일산이 바로 옆인데요.
일산 인켈 AS센터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그때 수리받은 기기들은 지금도 잘 사용하기도 하고 수명이 다해 폐기된 제품이 있습니다.
일산 AS가 문닫아 지금은 인천 AS센터로 갑니다.
가는 시간이 더 오래걸리지만 갔다 올 때마다 수리된 기기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지금도 멀쩡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산 TR 빈티지 제품도 수리해주십니다.
수리업체가 개인이 하시는 업체가 있고 인켈AS센터같이 기업에서 하시는 업체가 있는데 가 보면 다들 똑같습니다.
빈티지 제품들이 여기저기 탑으로 쌓여있어서 눈 호강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9030 앰프의 문제가 계속되면 수리를 받아야할텐데 너무 무거워서 귀찮아지네요. 흑흑.
아무튼 9030 앰프를 자가 점검하고 음악을 들어야겠죠?

튜닝에 들어갑니다.
제가 하는 튜닝에는 4가지 제품이 들어갑니다.
- 인슐레이터 : 우측 상단에 있는 조그마한 발 받침 한 개가 인슐레이터입니다. 기기나 스피커의 진동을 잡아주며 진한 소리를 유지하면서 투명하고 맑아진 기분이 듭니다. 스피커에 설치하라고 하지만 스탠드에 저거 놓으면 쓰러질 염려가 커져서 스피커에는 놓지 못하겠습니다. 특수한 실리콘이어서인지 양면 테이프가 붙지않습니다. 그렇다고 본드로 할 수도 없고… 소스 기기보다는 저는 앰프에 놓았는데 만족합니다.
- 노트북 쿨러 : 좌측에 네모난 제품이 쿨러입니다. 인슐레이터로 앰프 바닥이 높아 이 쿨러를 앰프 하단에 댑니다. 열에 효과가 있는지 앰프가 그렇게 뜨겁지않습니다. 거기에 인켈 앰프들은 후면에 전기코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앰프를 켜면 후면 콘센트도 전기가 들어옵니다. 훗날의 제가 쿨러를 사용할 것을 알았나봅니다.
- 세파라는 전자파 필터 : 파워코드에 사용합니다. 원래 전자파 차단 필터인데 오디오에 사용하면 소리결이 가늘어지면서 허스키해집니다. 소리의 풍성함을 강조하는 오디오에서는 소리가 깎아지는 듯해서 잘 맞지않고 해상력이 높은 오디오에 감초처럼 사용합니다.
- 벨킨 컴포넌트 케이블 : 인켈 7030이나 9030 뒷 면에 보면 외부기기 인터선 단자에 점프핀이 꼽혀있습니다. 신호가 이 점프핀을 통과하기에 순정 점프핀으로는 소리가 많이 뭉특하고 답답합니다. 이 점퍼핀을 빼고 벨킨 컴포넌트 정도의 케이블로 바꿔주면 소리가 달라집니다.

인켈 AX-9030R 모델을 소개합니다.
4030-7030 모델명 계보에서 최상위 등급입니다.
모델명에 30이 들어가면 리모콘을 지원하는 앰프입니다.
이 앰프는 오디오하시는 분이시라면 한 번쯤 거쳐가기도 합니다.
매니아 층의 주된 의견은 디자인이 멋지다, 라고들 하십니다.
일단 큼직한 마당쇠, 돌쇠의 느낌으로 크기가 크고 깊습니다.
다이렉트 사운드라고 앰프 내부의 신호경로를 최단으로 하면 톤 콘트롤, 청감 보상, 모노 사운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셀렉터를 포노로 맞추어야 초저역, 포노신호 맞추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이렉트 사운드를 켜면 다른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에 기능보다는 음질 중시형 앰프입니다.
빈티지 스피커인 인켈의 프로8을 사용하면서 놀라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AK650을 프리앰프로 진공관 파워앰프에 붙였을 때입니다.
소리결이 날카로우면서 한 음 한 음 소리가 피어오르듯이 나와 80년 대 소리에 완성형이 있음을 알게해주었습니다.
그럼 왜 그 조합으로 계속 음악을 안 듣는가?
하나의 완성된 소리 조합을 알고있으니… 일단 다른 앰프 즐기기위해 7030으로 바꿔보았습니다.
AK650앰프와 그 진공관 앰프는 평생 소장 각입니다.
AK650은 오디오에 입문했을 때 처음 사용한 앰프이기도 해서 옛 추억에 구입했는데 볼룸 멀쩡한 부분이 다행이었어요.
진공관 파워앰프는 직장 초년생 시절 큰 마음먹고 구입해 저의 젊은 날을 함께 해준 친구입니다.
그 다음으로 경탄한 소리가 이번 9030 앰프입니다.
맑고 선명하고 허스키한 음색이며 스피커에 탄력성이 부여되어 경쾌하게 치고 빠집니다.
프로8 스피커 소리가 다소 건조한 부분이 있는데 9030의 울림과 융화되어 적당한 촉촉함이 배어나옵니다.
어쿠스틱함이 적당해 이 적당함은 날 선 소리라던가 뭉뚝한 저음이라던가 이런 소리에 비해 부담감을 덜어줍니다.
음악 감상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소리의 분해력에서 다소 아쉬운데 이는 프로8 스피커의 영향이 클 듯합니다.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면 악기 소리가 뭉쳐 한 선율로 음악을 듣게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음악을 편안히 듣는 요소가 될 수 있어 큰 단점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요즘 하이파이 제품과 비교하면 단점은 명확합니다.
전기도 더 먹고 크기도 너무 큽니다.
소리 역시 요즘 제품에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9030 자체만 놓고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리의 어쿠스틱함, 옥실옥실함, 편안함, 소리의 탄력성…
거대 오디오 회사에서 한 세대의 최고점을 지향해 만들어낸 앰프가 9030입니다.
어느정도 멀쩡한 9030이 장터에 나와서 수리점을 거치더라도 사용해봄직은 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