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에 자신을 태워버리면서도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우리는 왜 오디오 소리에 집착할까요?
오늘도 저는 와싸다 장터를 기웃거리면서 외칩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
항상 돈이 부족하면서도 어디서 그런 용돈을 만들어내어 오디오 기기를 구입하는지.
가지고 싶고 우리 집에서 이런 오디오로 음악 들으면 좋을텐데... 장터를 기웃거린다면...
다함께 외쳐봅시다.
풋 유어 핸즈 업.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안녕하세요.
파주회원입니다.
오늘은 불빛이 멋진 빈티지 기기에 대해 다루어볼까 합니다.
저의 첫 오디오는 인켈 AK-650 앰프, TK-600 튜너였습니다.
와싸다 장터에서 불빛이 뿜어나오는 이 인켈 셋트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20년 전에요.
일산에 사시는 어느 분께서 이 기기를 셋트로 내놓으셨고 그 분 댁에 방문해 수령했습니다.
그 어느 분은 오디오 페인이었어요.
집안에는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을 분해되어 나뒹굴고 있었고요.
(정말 고철 수집하는 곳처럼 오디오 기기들이 분해되어 산처럼 쌓여있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저와 대화나누면서도 PC 모니터로 와싸다 장터를 새로고침하며 흘낏흘낏 쳐다보았구요.
버스를 타고 앰프와 튜너를 들쳐업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집에와서 연결해보니 재대로 된 기기였겠습니까.
앰프는 노브 조작할 때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들을 내어놓으며 좌우 밸런스도 맞지않았구요.
튜너 역시 신호 수신을 못하고 잡음만을 냈습니다.
튜너창 불빛이 멋지구나... 하면서 소리는 듣지않고 튜너를 켜 놓았습니다.
인켈 AS 센터에서 수리를 해서 가냘프게 수명 연장을 했는데 2년 정도 사용하다가 완전히 망가지더라구요.
가격이 저렴하고 불빛과 자태도 멋지고 소리도 좋아 빈티지 기기를 자주 기웃거렸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하지만 오래 사용하려면 몇 가지를 따져보고 수리를 잘 맡겨야합니다.
요즘 오디오들은 고장도 적어지고 소리도 더욱 좋아졌지만 오디오 특유의 취하게 만드는 불빛이 없는게 아쉽습니다.
전광판처럼 디지털화된 인디게이터 불빛이 요즘 오디오 스타일이지만 장작불을 불멍하듯 음악과 불빛에 취해 망중한을 즐기는 빈티지 스타일은 분위기가 살아있습니다.
거실은 가격이 높은 기기들로 깔끔하게 셋팅해놓았고 저의 방에 서브 기기들은 개성적으로 꾸며놓았습니다.
메인 시스템보다 서브 시스템으로 음악 듣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밝은 대낮에 이랬던 서브 기기들은...
밤이 되면 이렇게 돌변합니다.
필립스 103 튜너에서 나오는 FM 라디오를 인켈 AK-650 프리앰프에서 모노로 설정해 놓고 사진의 조그만 묻지마 진공관 파워앰프의 명징한 소리를 통해 인켈 프로8 스피커로 감상합니다.
인터 케이블들은 '오디오 살림' 2화에서 소개한 벨킨 동축선으로 또 체르노프 레퍼런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리뷰로 받은 체르노프 레퍼런스 인터케이블 가격이 이 중에 가장 비싸네요.
다들 20만원, 30만원 하는 저렴이 기기들입니다만 모아놓고 보니 백만원을 넘어가네요.
오디오는 이런게 참 무섭습니다.
비쥬얼 기기들은 몫돈이 들어가 아예 장만할 생각을 안 하는데요.
오디오 기기들은 매 달 20~30만원씩 야금야금 쓰게되요.
이러다가 어느 달은 백만원 넘게 쓰고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진공관 앰프가 소리의 끝에 칼날같은 선명한 여운을 남기며 소리가 서서히 바뀌는데 음악에 취하고 이 불빛에 취하게 됩니다.
묻지마 진공관 파워앰프는 2004년도로 기억됩니다만 와싸다 장터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당시 헤드폰에 입문해 심취해있었는데 이 앰프에는 헤드폰 단자가 달려있었어요.
아담한 자태에 한 눈에 반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야랜드'라는 중국산 앰프고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었습니다.
신품을 구입했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길지만 하나하나 적어놓겠습니다.
필립스 미니 콤퍼넌트가 고장나서 버리려는데 (2번이나 수리했습니다) 필립스 명패를 떼어내어 이 앰프에 붙여놓으니 그럴싸합니다.
사진에서 필립스 명패가 깨져있지 않습니까.
진공 청소기로 거실 청소하다 이 앰프를 보고는... 에이 이놈아, 하면서 진공 청소기로 이 앰프를 툭 쳤거든요.
필립스 명패가 사진과 같이 깨졌습니다.
그런데 더욱 빈티지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마치 필립스에서 1970년 대에 내어놓은 앰프같지않습니까?
이 앰프를 구입하고 아끼는 헤드폰으로 음악듣는데 험이 너무 심합니다.
그려러니 하면서 음악 계속 듣다가 오로라사운드에 3.5파이 이어폰 단자를 6.5파이 헤드폰 단자로 바꿔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한 사장님께서 혼쾌히 수락하셨고 직접 줄로 갈아서 6.5파이 헤드폰 단자로 바꿔주셨습니다.
기존 볼륨이 좋지않다며 다른 볼륨으로 바꿔주셨는데요.
이게 신의 한수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싸구려 중국산 진공관 앰프를 오로라 사운드에 맡길 엄두가 안 났을텐데 그 당시에는 20대였고 아무것도 모를 시절이었습니다.
스피커를 연결 안 하고 헤드폰만 연결해서인지 이 앰프가 과부하가 걸려서인지 계속 고장이 났습니다.
웅 웅 거리는 험은 더욱 심해졌고 저항인지요, 계속 터져나가서 계속 수리를 맡겼어요.
참소리 음향, 일산 필 전자, 용문전자, 440hz 이상훈님...
수리점은 10번은 간 듯하고 수리비는 앰프 신품 가격을 넘어섰습니다.
5만원 정도 수리비를 내며 험이 심한 이 앰프로 계속 음악을 들었습니다.
험이 없는 다른 헤드폰 앰프들을 들여놓았지만 이 앰프 특유의 헤드폰 진동판을 떨리게 만드는 부분이 좋아 계속 사용했습니다.
음악의 절정에 헤드폰 진동판이 덜덜 떨리는 거예요.
요즘에는 스피커 파워앰프로 사용중입니다.
출력은 적지만 명징하게 살살 떨리는 소리의 음역대에 왜 이렇게 사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며칠 전 폭팔사고가 있었습니다...
부품들이 타버렸어요.
그 며칠 전에는 온쿄 AV 앰프가 타더니 이번에는 이 진공관 앰프가...
바로 일산 필전자에 달려가서 수리를 했습니다.
피사장님께서 어떻게 어떻게 수리를 해주셔서 지금 다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구리 띠가 둘러진 부분은 앰프 하판 사진인데요.
제가 이렇게 튜닝을 해보았습니다.
구리로 만들어진 테이프가 있더라구요.
기판의 열기를 앰프 하단으로 보내겠다는 착상으로 컴퓨터 HDD 방열판을 대어놓았습니다.
착상과 시도는 좋았으나 효과가 미미하네요.
이사를 마무리하는 몇 개월 후에 구리 테이프 남은 것들을 모두 써서 저의 착상을 실현해보고 싶어집니다.
인터케이블 연결 단자는 카다스로 교환했고 앰프 신발은 황동 스파이크를 신겨주었습니다.
초단관은 웨스턴 일렉트릭 396A를 구해 달아주었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앰프를 10번 정도 수리해 사용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 앰프와의 연이 이렇게 길어지네요.
고장이 지겹지않느냐하냐면 수리점에도 달려가보고 나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장난 이거 말고 다른 거 좋은 거 고급 기기로 다시 사...'
그것도 방법이겠지만 이 기기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그때의 느낌으로 주욱 이렇게 수리해가며 사용해볼 수도 있어요.
저의 스타일도 이렇지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디 직장 처음 들어가면 기존의 경험을 살려 아는 체 하는 것보다 아예 초보가 되어버려요.
'리셋 콤플렉스' 같은 겁니다.
고용인이 초보라며 급여를 조금 주고 몇 개월 지나 저의 일처리가 능숙해져 굉장히 바빠지고...
급여를 높여달라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직장으로 다시 옮기고... 리셋 콤플렉스가 반복되구요.
참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마흔살이 넘고 경력이 쌓여가니 업계 평균을 알게되어 자리잡게 되네요.
음악에 취해 불멍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제가 이 앰프 하나만 가지고 이랬을까요?
다른 빈티지 앰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수리센터를 거쳐도 살릴 방도가 없어 사라진 기기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수리를 하다보니...
인켈 앰프가 4대, 아마하 앰프가 2대, 매킨토시 메인 앰프, 진공관 앰프 3대, 헤드폰 앰프 5대...
지금 보니 이거 팔면 그래도 100만원은 넘겠네요.
앰프 부자가 되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앰프는 박스에 담겨져 창고 구석에서 사용될 나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앰프가 고장나도 전혀 문제없어요, 하하하, ㅠㅜ
한 소리에 지겨워지면 바꿈질없이 다른 앰프를 꺼내들어 들어보려고 합니다.
빈티지를 구입하실 때는 다음을 유의하세요.
- 폭탄돌리기가 있습니다. 수리점에서도 어떻게 하지못할 빈티지 폭탄이예요. 판매자에게 사용 기간을 꼭 물어보세요.
- 볼륨과 셀렉터 잡음은 해결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울 뿐만아니라 거의 손을 못 댑니다. 세척액으로 볼륨 잡음을 잡더라도 좌우 밸런스가 무너지면 볼륨을 교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빈티지 기기의 볼륨이 지금 교체 부품으로 남아있을까요?
- 업자들이 판매하는 비싼 빈티지 기기들은 일시적인 수리를 거친 폭탄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동호인에게 구입하세요.
- 열이 많이 나는 제품은 피합니다. 제품 내부에 펜이 달린 기기 역시 피합니다.
- 구형 디지털 리시버들은 칩셋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식 서비스센터 아니면 수리를 못합니다.
- 개조한 기기들도 수리 난이도를 한없이 높입니다.
- 릴레이 교체 역시 몇 장의 기판을 들어내야한다면 수리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하나의 기판 쉽게 풀 수 있으면 수리점에서도 간단히 수리할 거예요. 기판이 몇 개로 이루어져있는지, 쉽게 탈착이 가능한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 설명서와 리모콘이 있다면 어느정도 안심해도 되는 기기입니다.
- 빈티지를 구입하시면 필히 케이스를 분해해서 먼지들을 제거해주세요. 저는 청소 솔로 닦아내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은 BW100을 뿌립니다. 기기 단자는 이소프로필 알코올을 사용합니다. 이 먼지들이 나중에 기기 쇼트낼 수 있습니다.
- 수리점에 가기 전에 충분히 사용해 보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적어놓으세요. 기기 공부에도 보탬이 됩니다.
- 100% 완벽히 동작하는 빈티지 기기는 그 가격대가 높습니다. 아무 문제 없다는 기기들 역시 사용하다보면 문제가 나타날 거예요. 완벽히 동작하기보다는 최대한 간단한 수리로 사용에 문제없을 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불빛으로 음악과 망중한 시간을 보냄은 삶의 큰 힐링이 됩니다.
커피 한 잔을 곁들며 참으로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열 번이나 수리를 거친 진공관 앰프는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20년 청년 시절을 함께 해온 앰프야.
중년도 잘 넘겨보자.
다음 오디오 살림은 '귓속의 작은 콘서트'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