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뤼노 몽생종이 쓴 "리히테르의 회고담과 음악수첩 (정원출판사)"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전기라고 할수는 없지만 전반부에는 리히터의 성장 과정과 음악가로서의 회고록이 있고
후반부에는 리히터 스스로 단편적으로 메모해 놓은 음악 감상평을 모은 음악수첩이 있습니다.
오늘 그 음악수첩을 읽는데 아주 재미있는 글이 하나 보이기에 이렇게 공유해 봅니다.
이 메모는 1984년7월4일자로 되어 있는 있습니다.
여기서 감상한 리히터의 연주가 언제적 레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리히터가 이 곡을 한두번 연주한 것도 아닐테고...
많은 연습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의 연주가 머리 속에 완전히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데...
리히터 같은 대가도 이렇게 자신의 연주인지 아닌지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가브릴로프의 연주가 아무리 비슷하다 하더라도 리히터 자신의 것과 동일한 것은 분명 아닐텐데 말입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고 나니
문제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소나타 8번을 듣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더군요.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히터의 연주를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의 1960년10월23일 카네기홀 실황 음반을 골랐습니다.
청중들의 박수소리에 이어 리히터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목청 높은 몇몇 블라인드테스트 맹신자들이 떠오르며
그들의 정지지와(井底之蛙)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