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작년에 구입하여 현재 사용 중인 상태에서 적는 사용기이므로,
사람의 본능상 좋은 방향으로 씌여질 수 있음을 감안하여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 44Hz-21kHz(±3dB)
임피던스 : 4Ω
출력음압레벨 : 85dB/2.83V/m
크기(WHD) : 20.2×35×29.4cm
무게 7.6kg
다인 포커스 160은 6인치급 2웨이 북쉘프입니다.
1. 1.3mkII vs. 160
포커스 시리즈는 컨투어 시리즈의 바로 아랫급이지만,
디자인이나 구성을 보면 예전의 컨투어 1.3mkII의 후계인 느낌이 있습니다.
1.3mkII는 20여년전 매우 만족하게 사용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기대감에 160을 들였으나 이 두 스피커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더군요.
기억에 의존해서 비교해 보면,
고역 : 1.3mkII는 고역이 굵고 진하고 강한 편이지만 160은 반대로 하늘거리며 가는 편이고 얌전합니다.
중역 : 1.3mkII는 조금 laid back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 160은 보다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저역 : 1.3mkII는 좀 뻣뻣하고 단단하고 묵직했는데, 160은 양감은 더 많으나 단단한 느낌이 아닙니다.
해상력 : 160이 더 우수합니다.
전체적 : 1.3mkII는 빈티지적이고 입자가 굵고 질감형, 160은 보다 현대적이고 입자가 가는 느낌입니다.
다인 하면 타사 대비 저역이 특징적인데,
160도 저역이 깊고 풍성한 편이나 단단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주파수 특성
공개된 자료를 못 찾아, 제가 직접 측정해 보았습니다.
(마이크 위치 : 스피커 전방 30cm 거리, 트위터와 미드우퍼 사이 높이)

아래 사용기 올렸던 프로악 제품들과는 달리, 크로스오버 대역인 1~3kH 사이에 딥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크로스오버 대역의 약간의 딥에 익숙해져 있던 제 귀로는 처음에는 오히려 이 대역이 도드라져 들리더군요.
오래 들은 지금은 익숙해졌습니다만..
만약 이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했더라면 트위터포스트와 스피커케이블 사이에 47uB의 콘덴서를 걸거나 또는 우퍼포스트와 스피커케이블 사이에 약 0.2mH 정도의 코일을 걸어서 살찍 딥을 가해 보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성은, 저역에서 고역으로 갈수록 조금씩 음압이 감소하는 성향입니다.
밸런스가 중저역 쪽으로 내려와 있는 성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그래프는 셀레스쳔 SL6 에서도 확인한 적이 있었는데,
SL6는 밀폐형이기에 포트형 대비 양감이 적은 저역을 청감상 보완하기 위한 튜닝이라 하더라도,
160과 같이 포트형임에도 이러한 성향으로 튜닝한 것은 흔치 않은데,
이것이 포커스 시리즈의 특성인가 싶고,
이러한 성향에서는 중고역대에 딥을 가한다면 너무 멍청해질 수 있기에
딥 없는 튜닝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다인 1.3mkII 의 주파수 특성입니다.
주파수특성이 조금씩 내리막을 걷고 있는 건 160과 유사한 부분이나,
1.3mkII는 고역대 10kHz가 솟아있는 것이 160과 다른 부분이고, 1.3mkII의 개성이었던 것 같구요..
그로 인해 전체적으로 U자 커브를 그리다 보니 중역이 좀 뒤로 물러난 느낌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임피던스와 위상
아래는 제가 측정한 160의 임피던스(적색)와 위상(청색) 곡선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프로악 D2의 특성으로, 비교를 위해 같이 올려 봅니다.

임피던스(적색)의 골짜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포트의 공진주파수이며,
이것이 이 스피커의 저역의 하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통해 160과 D2 모두 약 45Hz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는 주파수대역별 임피던스와 위상이 어느정도 변화가 있는데, 제품마다 그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임피던스가 차이가 크면 진공관앰프에서는 출력임피던스가 높으므로 주파수특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으나,
TR앰프는 출력임피던스가 낮아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여튼 임피던스나 위상의 변동성 정도가 청감상 영향을 주는가에 대하여는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전 TR에서는 느끼지 못하겠고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합니다.
여튼 160은 변화가 적은 성향으로 확인됩니다. 프로악 D2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인오디오는 1차 필터를 추구하는데
차수가 낮은 만큼 위상 변화가 적으나 유닛간 중첩대역이 넓어서
작은 위상 차이에도 음파간 간섭으로 인해 주파수특성이 많이 흔들리기에,
어쩔 수 없이 네트워크에 위상보정회로를 추가하고 있고, 그래서 1차 필터임에도 네트워크는 꽤 복잡합니다.
4. 스팩과 저역
스피커의 스팩에서 저역을 예측할 수 있는 항목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를테면 주파수대역, 우퍼구경, 인클로저 용적, 음압, 무게 등...
160의 경우 우퍼구경(7인치)이나 용적(12리터)은 일반적이고,
주파수대역은 하한이 -3dB에서 44Hz이면 6~7인치급 치고 무난한 수준 같고,
무게는 우퍼 마그넷과 인클로저의 충실도라 할 수 있겠는데
요즘은 본 제품을 포함하여 마그넷을 페라이트가 아닌 네오디뮴을 많이 사용하기에
무게가 가벼워진 경향이 있음을 고려하면 7.6kg이면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눈여겨 볼 부분은 출력음압레벨인데, 4옴에 85dB/2.83V/m 입니다.
보통 음압은 중역대를 기준으로 1미터 전방에서 측정을 하는데
6인치급 2웨이 북쉘프의 음압은 약 88dB 전후가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프로악 D2(8옴)의 경우는 88.5dB, B&W 805D4(8옴)의 경우는 88dB 입니다.
그리고 8옴에서 4옴으로 가면 같은 전압(2.83V)에 전류가 2배 흐르게 되므로
음압도 이론상으로는 3dB, 실제로는 약 2dB 정도 증가하게 됩니다.
(스캔스픽 18W/8545 미드우퍼 유닛 8옴 짜리는 88dB, 4옴 짜리는 90.2dB)
그러므로 6인치급 4옴이라면 스피커 완제품으로서는 약 90dB 정도의 음압이 기대가 되지만,
160은 4옴임에도 85dB 입니다.
그러면 같은 음량에서 160은 805 대비 몇 배의 전력이 필요한지 보면,
임피던스가 절반이므로 기본 2배가 되고,
음압레벨이 3dB 차이가 나니 2배 더하여 총 4배의 전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160은 805와 같은 음량을 내면서 앰프 출력은 4배로 먹는다 하겠습니다.
스피커 감도가 낮은 것을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면
미드우퍼의 코일값을 높여 중고역대 음압을 낮추면 저역은 줄지 않으면서 중고역대만 음압이 떨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저역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미드우퍼 유닛 자체의 특성에서 보자면 특히 진동계 질량(mms)이 높을 경우 그럴 수 있구요...
mms가 높아지면 음압이 떨어지면서 에너지가 저역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서브우퍼 유닛이 mms가 무척 높지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같은 음량에 밥을 더 많이 먹는다 하면 저역쪽에 에너지가 더 가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저역이 깊어지거나 무거워지거나 풍성해지거나...
물론 항상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으니...
미드우퍼가 높은 대역으로 잘 올라오지 않아 보다 구경이 큰 트위터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낮게 셋팅해야 할 수도 있고,
그 많큼 중고역대 해상도와 같은 부분이 손해를 볼 수 있구요...
이상 다인을 비롯한 음압 낮은 스피커의 일반적인 특성을 좀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5. 스팩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저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
이 부분이 제가 사용기를 적게 된 이유입니다.
160에서의 불만은 저역이 양은 많지만 좀 더 단단했으면 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요령을 소개해 봅니다.
스팩으로는 알 수 없는 저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네트워크 설계, 포트 설계, 흡음재 튜닝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스피커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선에서 수정을 가할 수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5.1. 포트 수정
포트는 인클로저에서 저역의 공진주파수를 결정합니다.
만약 저역이 벙벙이거나 풀어지는 것 같으면 포트의 저역 공진주파수를 더 아래로 내리면 완화가 될 수 있습니다.
포트는 길이가 길수록, 그리고 구경이 작을수록 공진주파수가 내려갑니다.
기성품에서 길이를 늘이기는 어려우나, 구경은 줄일 수 있습니다.
간편하게로는 글루건 스틱 여러개를 포트의 길이만큼 잘라서 포트속에 올려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를 160에 시도해 본 결과는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5.2. 흡음재 양 조절
인클로저 내부의 흡음재는 미드우퍼 유닛의 후면으로 방사되는 소리를 흡수해서
중역대가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하가 위함이나,
흡음재가 너무 적으면 소리가 라이브하고 과도응답이 좋으나 울림이 많아져 혼탁해지고,
흡음재가 너무 많으면 소리가 데드해지고 단정해지나 저역 쪽에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부작용은 저역의 윤곽이 흐려지고 단단하지 않게 뭉글뭉글해지는 느낌이 커지게 됩니다.

160의 우퍼를 들어내 보니 과연 흡음재가 가득 차 있습니다.
좌우 벽에도 계란판 스폰지가 두껍게 부착되어 있는데, 중앙에는 카시미론솜까지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이에는 튜닝자의 의도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소유자의 취향이고,
저는 흡음재의 양이 적당한 것이 취향에 맞아 왔기에, 이 카시미론을 들어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저역의 윤곽이 좀 더 분명해지고 단단하고 좀 더 경쾌한 쪽으로 바뀌었고,
흡음이 줄어든 만큼 중역대도 좀 더 밝아졌습니다.
이렇게 흡음재를 가득 채우는 메이커는 자비안이 있는데,
예전에 XN250evo을 사용할 때에도 어느정도 스펀지를 덜어내고 만족스럽게 사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160 저역에 불만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우퍼 들어내는 것은 육각렌치로 나사 6개만 풀면 되는 간단한 일이긴 하나,
기성품을 건드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나중에 되파실 것이 신경이 쓰이신다면 본인의 선택이시겠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