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칼의 헤드폰 라인업에서 한동안 최상의 모델이었던 스피릿 클래식은 스피릿 시리즈가 공통적으로 채택한 밀폐형 유닛에 강화 폴리에스터 필름의 일종인 Mylar와 티타늄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다이어프램 콘(cone)을 사용하고 있다.
포칼은 업계평균에 비해 20%이상 가벼운 유닛을 사용한다고 발표하였는데,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콘은 디스토션에 강하고 다이나믹 레인지를 구현하는 데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어 모니터링에 적합한 장점을 제공한다
또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는 모바일 플레이어나 스마트 폰과 조합을 이루어 음악감상의 공간을 확장하는 추세에 대응하여 밀폐형 유닛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이유로 스마트 기기로 제어되는 1.4m의 모바일용 케이블과 피복의 품질이 상당한 수준인
4m 길이의 음악감상 전용 케이블이 제공된다.
케이블의 연결방식은 착탈이 가능한 구조로 좀더 고품위의 케이블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장시간 착용에 대응하여 메모리 폼 패드를 이어컵과 헤드밴드에 투입하여 편안한 착용감을 주도록 꾀하고 있고, 양 가죽으로 여겨질 만큼 부드러운 인조가죽으로 마감을 하였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키워드는 황동 피막의 알루미늄 하우징과 매칭된 헤드밴드와 이어컵의 핫 초컬릿 색상으로 은은하면서 따듯한 느낌을 갖도록 했다.
스피릿 클래식이 들려주는 소리 또한 이와 많이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온기가 감돌면서 너무 모니터링에 치우친 소리가 아닌 우아한 느낌이 드는 소리가 나는데 다만 음향의 임팩트가 필요한 부분에서 다소 얌전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 가 생각해보았다. 이러한 느낌은 브렉 인 타임이 지났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판단할 때 스피릿 클래식이 가진 고유의 음색이 아닌 가 생각해본다.
오디오파일로 전향한지 약 5년만에 헤드폰을 들인 이유는 리핑한 음원들 중 일부의 음원에서 음질에 의구심과 느껴졌고, 트랙에서 트랙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심심치 않게 팝 노이즈가 생긴 곡들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헤드폰 청취의 강점은 스피커로 음악 청취 시 겪게 되는 간접음, 반사음, 회절로 인한 왜곡 같은 룸 어쿠스틱 특성과는 무관한 직접음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늦은 밤시간에 낮은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여건으로 인해 듣고 있는 곡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힘든 청취환경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스피릿 클래식은 거실의 메인 시스템인 오디오넷 프리 1 G3의 헤드폰 단에 연결하여 체크한 음원의 비교 청취에 사용하였다.
[오디오넷의 Pre1 G3의 헤드폰 단은 매우 훌륭하여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손색없다.]
스피릿 클래식의 주된 청취 음악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집과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교향시들, 라벨이 편곡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이다.
청음에 대한 느낌은 아래와 같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쾰른 방송교향악단, 귄터 반트)의 4악장에서 주제부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점증하는 크레센도로 나가는 현악파트의 내림 활과 올림 활의 보잉이 눈앞에 그려지듯 펼쳐지고 이어서 오보에와 플루트의 독주가 숲 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아른거리는 느낌이 좋게 느껴진다.
[브루크너의 해석자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는 귄터 반트이다.]
교향곡 7번(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쿠르트 마주어)의 1악장에서는 코다에서 호른에 의해 이끌어지는 클라이맥스의 도입부가 시작되면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의 목관파트가 들어오고 현악파트의 트레몰로 위에 펼쳐지는 트럼펫, 트럼본, 튜바의 관악파트가 합쳐지는 총주가 이어진다. 이 피날레 부분에서 브루크너가 구사하는 정교한 폴리포니의 정수와 거대한 규모를 가진 음향의 에너지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시청각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두 귀 사이에 놓인 헤드폰의 유닛이 그려내는 공간은 그렇게 크지 않은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교향곡 8번(스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오이겐 요훔)의 4악장, 트럼펫과 팀파니가 함께하는 진군가와도 같은 느낌의 거대한 개시부는 음량의 족쇄를 푼 모든 관악기의 취주와 함께 현악파트의 휘몰아치는 트레몰로가 이어지고 더욱 강하게 크레센도로 이끌어간다.
마치 호흡이 긴 대서사시의 종결을 보는 듯한 이 악장은 음향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곡으로, 어설픈 하이파이 시스템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스피릿 클래식으로 이 곡을 들었을 때, 각각의 악기 군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고, 각 악기의 위상을 파악하는 정위감도 좋으나, 역시 공간의 크기와 에너지를 느끼기엔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것은 본인의 메인 시스템을 구성하는 매지코 S3와 비교할 때,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일 수 밖에 없다.
[무려 12대의 호른이 사용된 알프스 교향곡은 최고의 관현악 곡중 하나이다.]
스피릿 클래식의 장점이 최고로 느껴진 곡은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샌 프란시스코 교향악단,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으로 해뜨기 전의 밤에서 시작하여 해가 진 후 밤의 적막함을 12대에 이르는 호른을 통해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미들 클래스의 스피커로는 구현하기 힘든 짙은 잔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볼륨을 올리면 적막감이 사라지고, 볼륨을 줄이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 무채색 수채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 표현이 잘되는 기기로 들었을 때, 거대한 산속의 청량감, 고요한 밤의 적막감을 느껴지면서 어슴프레한 달 빛에 비친 설산의 알프스가 상상 속에 떠오른다
[독창적인 무소르그스키와 관현악의 마법사 라벨의 콜라보레이션은 호모 무지쿠스를 열광시킨다.]
관현악의 손꼽히는 거장으로 평가 받는 모리스 라벨이 무소르그스키의 독주 피아노 원곡을 오케스트레이션한 “전람회의 그림”(베를린 필하모니, 클라우디오 아바도)은 관현악의 마법 같은 곡이라 여겨진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안정된 앙상블을 구사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와 아바도의 절제된 해석은 수많은 “전람회의 그림”을 녹음한 음반 중 첫손가락에 꼽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디오 시연회에서 많이 플레이 되는 아홉 번째 곡인 “바바야가의 오두막”과 마지막 열 번째 곡인 “키예프의 대문”은 다이나믹스의 변화가 종횡무진으로 펼쳐지고, 우퍼 유닛에 강한 임팩트를 가하는 저역의 리듬이 난무한다.
코다의 총주에서 스피릿 클래식은 심벌즈와 베이스 드럼, 팀파니, 공(gong)의 연타에 이어 교회 종소리를 표현하는 튜뷸라 벨의 청아한 소리를 뚜렷하게 들려준다.
좀더 큰 무대를 그려주었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이 영역은 포칼의 상위급인 일리어나 유토피아에서 실현될 것으로 추측해본다.
무더운 여름보다는 쌀쌀한 가을이나 추운 겨울이 음악감상하기 좋은 계절인 것은 맞지만, 창을 닫고 지내게 되는 겨울은 볼륨을 올리는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확산되는 에너지이지만 고체를 통해 더욱 빠르게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늦은 밤에 우퍼 유닛에서 발산되는 저음이 천정이나 마루를 울리고 위 아래 집으로 침입하는 상황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누구나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걱정에 대해 타협책으로 선택한 포칼의 스피릿 클래식은 헤드폰이 가진 모니터링적인 특성으로 인해 음원의 품질을 엿볼 수 있는 부수적인 소득도 가져다 주었다.
투입(구입)에 비해 산출(효용가치)이 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번의 선택은 후회를 남기지 않을 최상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