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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그리고 저승차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8-12-16 22:03:09
추천수 0
조회수   772

제목

신과 함께 그리고 저승차사

글쓴이

김태형 [가입일자 : ]
내용
대략 25년전 쯤이니 아버지가 환갑 무렵이었던 듯 싶다. 어머니는 어두운 얼굴로 대문 밖으로 나를 불러냈다. 아버지가 위암이라고...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느낌은 난생 처음이자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13살 때부터 담배를 태우셨거만, 폐는 정상이었고, 위 2/3를 도려내는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셨다. 거의 매일 드시던 술은 그날부터 끊으시고 이후 한번도 드신 적이 없다. 담배도 끊으셨지만, 더 이상 병원을 찾아 검사하지 않아도 될 즈음부터는 다시 태우기 시작하셨다.





대략 10년 전일까? 새로 이사간 지 한달 정도 지나서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아버지는 갑자기 이상한 증세를 보이셨다. 몸의 한쪽을 못쓰시고 누가 봐도 중풍 같았다. 가족도 놀랐지만, 본인께서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병원에도 가 보고 했는데 아버지 고향 분 중에 한 분이 아버지 상태를 전화로 들으시고는 중풍은 아닐거라며 빨리 모시고 어디어디 가서 검사해 보라고 하셨다. 한달만에 아버지는 정상으로 돌아오셨고, 이후 거의 빠짐없이 새벽마다 자전거로 패달을 밟으며 안양천 길을 달리셨다.





한달 반 전에 어머니께서 전화로 아버지가 이상하시다고 하셔서 퇴근 길에 들려보니, 나를 보자 어멈 왔냐고 하셨다. 아버지는 파킨스 병 증세가 있어 동네 병원에서 약을 받아 어머니가 늘 챙겨드렸는데 아버지가 약을 잘못 복용하신거 같다고 하셨다. 그날은 손주 녀석들이 소파 밑에서, 싱크대 밑에서 머리를 내밀고는 나오지 않는다며 헛소리를 하셨다. 환시현상...혹시나 약 때문인가 싶어 하루 이틀 더 지켜봤지만,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급히 이대목동병원으로 모셨다.

응급실에서 검사하던 도중 결핵으로 의심되어 급히 격리병실로 이송되면서 간병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 휴가를 내서 간병하는데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시면서 속옷도 몇 번이나 갈아입혀 드렸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욕도 하시고,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몸을 일으켜 병실내 화장실로 걸어가시는데 대략 2,30분 걸린 거 같다. 힘이 드셨는지 나에게  "이제 그만 하자" 하시는데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웠다. 침대에 겨우 모신 후 잠이 드신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제 뭔가를 각오해야 하는 건가....

병원에서는 동네 처방 약 성분에 그런 성분이 있다면서 다른 치료약을 처방해 주었다. 결핵약과 정신과 약...아버지는 다시 제정신을 찾으시고 건강도 좋아지셨다 그리고 그 고집도 다시 돌아왔다. 반면 병 간호로 나는 힘들어 죽을 판이었다.



퇴원 후 지금은 지팡이 없이도 거동하시고, 얼마 전에는 혼자서 시장에 가서 옷을 사가지고 오셨다. 다행이다.





병실에서 간병하면서 "신과 함께" 영화에 나온 "저승차사"가 생각났다. 이번에도 넘기시면 오래 사실 겁니다 생각하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약해지고 그러면 두 분을 잘 모실 수 있을런지, 내가 건강하고 기반잡고 있을 때 잘 모셔드리고 싶기에 그러지 못한 상황을 맞을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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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 2018-12-16 23:10:57
답글

김태형님의 아버님은 쓰러지지 않는 오뚜기 같으세요..

대단하십니다..

노명호 2018-12-17 18:02:23
답글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신것 같습니다. 이렇게 효심이 지극한 자손이 부모님을 모시면 건강하시고, 장수하십니다.
오래오래 건강 하시고 장수 하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장순영 2018-12-17 20:48:28
답글

효자시네요...부끄럽기도하고....후회되기도 하고...;;;

조영석 2018-12-17 23:07:58
답글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셨을 것 같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만 노인들의 행동 양식은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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