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지겨워지는 때가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호기심과 권태로움이 해피 엔딩인지 비극적 파국인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
2A3과 300B는 진공관 앰프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다시피 전혀 다른 관입니다만...
자작계에도 널리 퍼져있는 Sun Audio의 300B 앰프는 동사의 2A3앰프에 출력단만 300B에 맞게 바꾼 모양새이고,
Brook의 2A3PP 모델 10C는 변환스위치를 통해 300B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두 기기 다 빈티지 한다는 사람들은 들어본적이 있음직한 유명한 기기입니다.
"그럼 WE91B에 2A3을 못쓸건 뭐야?"하는 또라이 같은 생각에...잘 듣고 있던 WE91B 회로의 앰프에 2A3을 꼽아보고 싶었습니다.
전원트랜스를 새로 감고 토글 스위치를 달아 개조를 시작합니다.
사실 전원트랜스를 몰딩하느라 에폭시와 경화제를 섞기 위한 준비에 더해, 각종 공구들과 선재, 내깔려진 부품들로 방바닥은 아수라장이고, 배를 보이고 퍼져있는 샤시를 보며 드릴질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니 얼굴 험해지겠구나...)
드릴질이 시끄러워 아마 동네 사람들 중 누군가가 신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처음 단계에서는 2A3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글스위치를 달고 다시 조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필요한 글씨는 그냥 네임펜으로 표기합니다.ㅠㅠ
여러 우여곡절과 끝판왕다운 게으름 끝에 조립을 마치고 각 부의 전압을 체크하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없었던) 볼륨과 상관없는 험이 좀 있고 두 번째 310A 플레이트(2번핀)와 2번 그리드(3번핀)의 전압이 회로도와 다르게 역전되어 2번그리드 전압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은 문제없이 예상한 수치입니다.
2A3을 구동하는 저전압 상태(저전압이라고는 하지만...300VDC)에서도 300B를 쓸 수 있고 소리도 잘 납니다.
관의 내부저항 탓인지 2A3을 꼽으면 280V로 내려가고 캐소드에 45mA가 흐르고, 300B에는 300V에 55mA가 흐릅니다.
물론 고압으로 올리면 410V에 67mA라는 전형적인 WE91B의 300B 구동 상태가 됩니다.
(욕심같아서는 45도 쓸수 있게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조금 급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전압을 낮춰서 275A도 쓰고, 상태가 좋지 않은 300B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찝찝한 마음을 안은채 플레이 버튼을 눌러봅니다.
2A3이든 300B든 어느 경우에나 WE91B 특유의 힘차고 화사한 소리를 냅니다.
역시 둘 다 명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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