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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가 미쳤다?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18-06-19 12:56:33
추천수 1
조회수   5,472

제목

장터가 미쳤다?

글쓴이

박진석 [가입일자 : 2002-02-16]
내용
최근 중고장터에 가지고 있던 소소한 기기를 판매글을 올리는 와중에 느꼈던 소회를 간략히 적어봅니다.

우선
제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되는 지부터 돌이키게 됩니다. 책임지심책기(責人之心責己)요,서기지심서인(恕己之心恕人)이라는 고사가 떠오릅니다. 남을 꾸짓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짓고 자신을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라는 경구이죠.

장터에 물건을 내놓게 되면 최소한 자기가 부여한 가치만큼, 이왕이면 가치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를 바라는게 아마도 인지상정이겠지요. 저도 제 물건을 내놓으면 취득원가와 효용과 상태, 경과시간, 희소성 등을 감안해서 구입가보다 싸더라도 장터 최근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내놓거나 벤치마크 가격 수준으로 내놓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빨리 처분하고 싶을 때는 최근 거래가격보다 싸게 내놓고요. 어찌되었든 처음부터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런 제가 최근 장터가격을 보며 중고가격이 많이 비싸졌다고 할 자격은 있겠냐만은 와싸다 회원으로 근 18년 가량을 틈틈히 보낸 감상도 있고 해서 감히 남깁니다.

2년전에 사용하던 테크닉스 1500번대 모델을 20만원초에 팔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 이 모델은 40만원대를 호가하는거 같아요. 1200번대는 50~60만원이 기본이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빈티지 턴은 희소해지니 가격이 오르는게 순리일지도 모르지만 과연 이렇게 오르는 것이 정상적 현상일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2001년 당시 나름 인기가 있었던 크리스 Z60 스피커. 공포의 저역이라 불릴 정도로 중저역이 풍부했던 이 모델을 제가 3번 가량 들였다 보냈다 했습니다만 거래가격은 40~5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 거래 호가는 70~80만원이더군요. 여전히 이 모델을 찾는 이들이 있다고 보면 오를 수도 있겠으나 이 정도 가치일까요?


(그릴이 벗긴 것이 얼마전 15만원에 팔린 삼성 하이엔드 북쉘프 - 구입하신 분이 여지껏 들어본 스피커 중 가장 발군의 스피커라고 감사인사를 보내왔습니다.그릴을 씌운 자주색 스피커가 신세시스 폴입니다.)

**글을 적고 보니까 크리스 Z-60 올리신 특정 회원님을 거론한 듯 하여 마음에 걸려 추가합니다. 판매글에 올린 사진을 보니 이 회원님이 소장하신 Z-60은 상태도 좋고 애지중지 사용하신 걸로 보입니다. 장터에 떠돌던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고이 아끼던 물건이고 상태가 좋다면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스피커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소장하고 있는 북쉘프 중에 신세시스 폴이 있습니다. 와인색의 하이그로시와 가죽마감이 예쁘고 나름 명료한 모니터적 스피커입니다. 국내에는 아마 2~3조 밖에 판매가 안되었을텐데요. 몇 번 장터에 내놔봤지만 브랜드가 생소한지 거래가 잘 되지 않고 불만스러운게 아니어서 굳이 내칠 필요도 없는 터라 지금까지 소장중입니다. 판매글 올릴때 얼마에 올릴까 고민하다 80만원에도 내보고 70만원대에도 올려봤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준거로 삼는 모델들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욕심같아서는 100만원 이상 가치가 있지만 거래를 위해서는 이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었거든요. 그러나 아직까지 제 방에 있는 걸로 봐서는 시장은 이 정도 가치로 인정하지 않나 봅니다. (얼마 전 동호회원분이 전화를 주셔서 아직 폴 소장하고 있냐고 물으시면서 구입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크리스 스피커를 다시 들인터라 흔쾌히 원하시면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 북쉘프와 폴을 내놓게 되자 거실에 있던 삼성 턴테이블도 장터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거실환경에서 AV와 오디오를 병행하다보니 공간적, 금전적 한계로 AV 프리/파워로 구동을 해야 하고 포노앰프도 안달다 보니까 질감좋은 LP가 아니면 윤기나는 소리가 다소 딸리는 듯 해서 업글을 해볼까 충동이 들어서입니다. 좀 더 좋은 암대와 카트리지를 쓰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때문이죠.


(온쿄 프리/파워가 오디오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테스트하기 위해 지인에게 올닉 진공관앰프를 빌려 비교해보았습니다. 솔직히 제 귀로는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고 오히려 스피커 위치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150인치 스크린을 내리기 위해 스피커를 좌우로 너무 벌리고 거실환경에 흡음소재도 부족해서 스피커 가운데에서 스테이징이 형성되는 느낌이 적은게 더 문제로 느껴졌습다.)

욕심같아서는 후배 매형이 꾸며 놓은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뱁새가 황새쫓는 격일겁니다. 오디오 뿐 아니라 클래식, 재즈 등 음원에 대한 지식도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죠.


(후배 매형이 꾸며놓은 감상실. 이런 빈티지가 감상실을 두어개 꾸밀 정도로 더 있으니 얼마나 부럽습니까? 은퇴하시면 서울 근교에 조그만게 건물을 올려 감상실과 별장을 만드는 걸 꿈꾸시고 계십니다.)

혹시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기기를 꿈꾸는 욕심에 자신이 소장하던 기기를 무리한 가격에 올리는 걸까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10년전에 비해서 최소 2배 이상 오른 것에 비하면 중고 오디오 역시 자산이므로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평균적으로는 삶이 더 팍팍해진다고 하는데 오디오를 사랑하는 동호회원의 경제사정만 좋아졌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팍팍해진 시대를 보상받기 위해서, 부업삼아 영리목적으로 높은 가격에 내놓는 것은 아닐런지요?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음악과 오디오를 감상하는 것은 삶의 여유를 찾고 자아를 돌이켜 보고자 함일텐데 어려워진 경제환경이 버블을 만든다는 느낌때문입니다.

어릴적 부터 예체능에 소질이 없었습니다. 손가락도 짧아 기타를 멋들어지게 치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지만 그저 성취할 수 없는 부질없는 꿈이라고 스스로 여깁니다. 그러나 은퇴하게 되면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 소설도 써보고 싶고 악기도 한 두개 다뤄보고 싶습니다. 첼로를 배우려고 한 건 아마도 여유있는 인생 2막을 꿈꿔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연주는 커녕 음계를 찾아 앵앵거리는 수준입니다.)

장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내 기기도 제 값받고 싶다. 이왕이면 제 값이상으로 팔고 싶다는 욕심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안팔리다 보면 기분도 다운되고 팔아야겠다는 기기는 결국 처음 가격보다 20~30% 이상 싸게 내놓게 되는데 이럴바에는 처음부터 쿨하게 내놓을 걸 하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하고 팔아서 현금을 챙긴들 어차피 허물어질 금액이라면 지인에게 선물로 주자는 생각까지 이르게 됩니다. 얼마전 내놓은 삼성 턴은 아마도 지인에게 드릴 거 같습니다. 대학교 2때 소주 일잔하고 집에서 월광소나타를 들으며 눈물흘리셨던 선배인데 결혼과 동시에 오디오를 다 처분했는데 최근 에어프라이 로나마 다시 시작하셨거든요.

얼마전 게시판에서 카트리지를 구입했는데 판매자분께서 구입한 카트리지 외에 하나를 보내 신 후 테스트해보고 돌려달라고 했다는 훈훈한 미담을 보았습니다. 이 분처럼 못한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나마 와싸다를 유지해주는 동호회원의 힘이 아닌가 싶어서 고맙기도 했습니다.

반백을 넘게 살아왔는데 아직도 건프라, 밀리터리 프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애장년입니다. 장터를 보며 들었던 이런 저런 감상에서 벗어나 제가 좋아하고 열의가 남아 있는 여가활동을 즐기고 싶습니다.
와싸다에서 활동하셨던 고수분들중 상당수는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분들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도 오디오를 즐기고 싶습니다.


(요즘 에어프라이에 빠져 유투브 음원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마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을 태권브이 진경산수화. 얼마전 국선에 입상한 선배가 태권브이를 좋아하는 제게 선물해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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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영 2018-06-19 13:52:17
답글

파이오니어에서 나온 리시버도 옛날에는 20만원 아래로 거래 되었더랬는데.. 요즘엔 50만원도 넘더군요...옛날에 하나 사 둘걸 잘못했다 싶습니다. 중고가 라는 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으니..그러려니 합니다. 비싸다 생각되면 안사면 되지 어쩌겠습니까..

유재광 2018-06-19 15:16:43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윤상달 2018-06-19 20:34:29
답글

실용오디오 시절부터 주욱 장터를 거의 눈팅만 해 왔는데 오랜 기간동안 눈에 익힌 익숙한 모델명들의 장터 가격은 거의 2배정도는 오른것 같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부품의 노후화로 인해 들인지 하루만에도 운명을 달리 할 수도 있는 중고기기가 이렇게 천정부지 오르기만 하는것은 기현상인것 같아요.
수요 공급의 법칙을 떠나서 아무래도 업자들의 개입탓이 큰 것 같습니다.

이주열 2018-06-19 22:31:57
답글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순수 아마추어들이 즐겁게 거래하는
와싸가 장터가 다시 되길 기대해봅니다.

구준식 2018-06-19 22:59:23
답글

솔직히 장터를 보다 보면....
제가 샵에서 신품을 네고해서 실제 구입할뻔 했었던...
가격을 아는 기기들의 장터 중고가가
과거 제가 알아본 신품가와 거의 비슷한 글을 간혹 보면서
간혹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었네요...^^
그리고 제품별로 좀 다른것 같습니다...
어떤 제품은 생각보다 상당히 싸게 올라오고
또 어떤 제품은 생각보다 상당히 비싸게 올라오고....

정진욱 2018-06-20 02:22:37
답글

가격이 비싸도 수요가 있어야 매매가 되는 것이고 판매가격을 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니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빈티지 대한 생각을 바꿔야 중고가가 내려 갑니다
오디오 기술은 사소한 부분 이라도 여전히 발전하고 있고 오래쓰면 부품은 노화되어 온전한 성능이 안나온다는 진리를 믿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년전에 하이엔드 고가였던 기기의 추억에 중고가가 높아도 저렴하게 보여서 구매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미 더 저렴하고 좋은제품들이 넘쳐 나는데도~
제품의 중고매매 가격은 해외 사이트 발매가 및 중고 거래가격도 참조 하시고, 몇년이나 정상 작동할까? 문제발생시 수리가능한가? 수리비는 얼마나 들까? 최근 제품들과의 비교청음 등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오디오는 부품값 보다는 설계값입니다
세계의 수많은 오디오 제작자 들이 과거보다 좋은 오디오 개발을 위해 부품 및 오디오 설계에 여전히 매진 하고 있고 좋은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중 빈티지가 훌륭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은 과거의 향수와 청감의 미신같은 착각에 따른 하이파이 오디오가 유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진석 2018-06-20 10:27:17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가격지도나 태클을 하려고 쓴 건 아니었고요. 시세를 보면 들었던 약간의 아쉬움? 이런 마음에 적어봤어요. 장터에서 판매하시는 동호회원분들에 좋으신 분들도 많이 계신 것도 알고 있어요. 에전처럼 인간미가 좀 더 느껴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어요.

송준영 2018-06-20 09:07:55
답글

와싸다 장터면 거의 프로장터나 다름없습니다.
너무 싸게 내놓으면 업자들이 다 채가기에 시세에 마춰서 내놓는것이 서로 좋습니다.
그래야 정말 필요한 사람이 구입하개 되요,
결국 업자들이 와싸다 장터를 프로화하게하는듯 합니다

박진석 2018-06-20 10:28:48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거니 맞는 말씀이세요. 구매자들도 면밀히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태 2018-06-20 09:09:30
답글

베트남,중국으로의 수출도 한몪 할겁니다. 요즘 이런 나라들이 먹고 살만하니까 오디오 수요가 꽤 있는 모양입니다. 한 30-40년전 한국 부자집에 마란츠 리시버 꼭 잇었듯이 그런것 같습니다.

박진석 2018-06-20 10:27:53

    아. 몰랐던 사실이에요. ^^

박진석 2018-06-20 10:35:10
답글

본문중에 크리스 Z-60 스피커를 올리신 특정 회원님에 대해 가격에 태클 건 것처럼 적은 거 같아 노파심에 수정했습니다. 이 분이 소장하신 Z-60은 훌륭한 감상환경에서 고이 소장되었던 물건 같습니다. 상태도 좋은 걸 보면 오랜 기간 사용하신 걸로 추정되고요. 장터에 떠돌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스피커입니다. 글 읽으시는 동호회원님들 참고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우경운 2018-06-21 16:13:34
답글

업자들이 장터가를 크게 올려놓은거 같습니다. 장터가를 십몇년을 지켜본결과.......

최건 2018-07-06 17:35:49
답글

너무 오래되서 곧 망가질 제품들이 가격이 내려져서 판매되기는 커녕 몇배씩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는 구입하시는 것을 정말 만류하고 싶습니다.
오리지널부품들은 수명이 다돼가고, 부품교체가 된 제품들은 원래의 오리지널소리가 아니고...
빈티지라기보다는 고물이라고 지칭해야될 것들을 사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오디오구력이 오래되신 분들야 걸러낼 수 있는 내공이 있겠지만 초보자들은 속기 쉽습니다.
폭탄돌리기 하기에는 양심에 걸리고, 계속쓰기도 어렵고 하는 난감한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에 동호인들 간에 거래되던 좋은 가격들이 업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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