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홍대 앞 단골 LP가게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물론 CD도 있죠)
실장님이 참 좋으셔서 꼭 고객과 판매자라는 일반적인 형식에 매이지 않고, 무슨 음악 같이 듣는 동지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곳에 오시는 다른 손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어 음악 좋고 오디오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입니다.
제가 쳇 베이커의 음반을 걸어 놓고 듣고 있는데,
한 이쁜 젊은 커플이 손님으로 와서 이것 저것 살피다 제기 틀어 놓은 음악에 반응을 하며 이것은 누구의 음악이냐고 궁금 해 하길레 소개 해 주며 영화 "본 투비 블루"의 실제 인물이라고 했더니 반가와 하며 LP를 집더군요.
사실 저는 여기 직원이 아니고 단골 손님이라고 얘기 해 주며 몇 가지 고전 음악과 재즈 LP들을 틀어 주니 너무 행복 해 하며 제가 권하는 음반들은 거의 어느 사이 그 부부의 손에 들려 있더군요.
손님이 손님에게 영업을 한 거죠 ㅋ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둘의 그 모습이 너무 이뻐 보이더군요.
(본인들이 고른 몇장의 LP와 대략 쳇 베이커,자니 하트만 그리고 르네 야곱스의 모자르트 레퀴엠 실황 그리고 마장에서 나온 셰링과 코간의 음반 그리고 쭈 샤이오 메이 여사가 연주한 바흐 음반등을 구입 해 갔습니다.)
그 부부를 보며 생각이 많아 졌습니다.
많은 오디오 매니아들이 배우자와 같이 취미를 공유하지 못 하고 일종의 탄압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같이 취미를 공유하니까 참 좋구나 하는 생각도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둘의 음악을 같이 듣는 모습에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갑자기 난 왜 이렇게 LP를 좋아하고 오디오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이 난 내용 입니다)
사실 저의 유년 시절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셨습니다.ㅜㅜ
너무 힘들고 어려운 시절
그래도 유일하게 좋았던 시간은 아버지께서 진공관 앰프에 전원을 넣으시고 LP위에 바늘을 올려 놓으시면 잠시의 침묵의 시간 후에 여러가지 신비한 음악들이 흘러 나왔는데, 그 시간만큼은 두 분이 다투시지 않으신다는 일종의 신호였고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이 흐를 것이라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되었던 거 같으네요.
그 순간이 너무 따스하고 행복하고 좋았던 것일까요
5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제가 LP를 옆에 끼고 놓지 않고 여전히 LP를 새로 구입하는 것을 보면요.
음악을 듣게 해 주는 오디오가 너무 좋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설레는 맘으로 집으로 들어서서, 여러 개의 카트리지 중에 하나 선택하여 오디오에 전원을 넣으면 여전히 수천명의 세계 최고의 가수, 연주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직 저만을 위해 연주 해 주고 노래 불러 주고 저를 울고 웃고 해 줍니다.
많은 양의 LP가 짐스러운 거 같아 좀 가볍게 해 보고 싶어도
한장 한장의 LP로 들었던 악흥의 순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어
수천가지의 구입 할 때의 에피소드를 지닌 추억들을 결코 버릴 수 없어
그 LP들을 죽을 때까지 매일 한장씩 들어도 결코 다 못 듣는 양으로 가지고 있는 욕심을
결코 내려 놓지 못 해서 오디오를 계속 하고 음악을 계속 들을 수 밖에 없네요.
오디오란 취미 접는다는 말씀들 마시고 귀가 먹어 못 들을 때까지
음악을 들었으면 합니다~~~
좀 불편해도 너무 재미 있는데 버릴 순 없는 것이죠.